뉴욕 증시 최고가 기록에도 ‘불안’
다우존스·나스닥·S&P500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이달 들어 일제히 역대 최고가 신기록을 경신했지만,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 월가(街)에서는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피크(peak·꼭지)’라는 단어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증시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은 올 초부터 이어졌는데 불안감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 연말 S&P500 지수를 4300으로 제시했다. 지난 20일 S&P지수(4323)를 봤을 때 남은 6개월여간 옆걸음 치든지, 떨어진다는 뜻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3800)·씨티그룹(4000) 등은 전망치가 더 낮았다. 하반기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증시 외에 부동산, 원자재, 심지어 정크 본드(투기 등급 채권)까지 값이 크게 오른 상태”라며 추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1.6% 반등하긴 했지만, 지난 19일 미국 다우지수는 2% 넘게 곤두박질치며 글로벌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투자 심리가 불안해지면 안전 자산을 찾는 심리가 커져 돈이 몰리는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19일 연 1.19%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일평균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전달 일평균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집계가 발표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미국 증시가 추가로 10~2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자산 버블 분석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작년 3월 저점보다 다우지수는 90% 상승했다”며 “자산 시장에 서부 개척 시대 같은 거품이 일고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12월 이후 주식을 55억달러 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시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19일 하루 만에 22% 뛴 22.5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에 나설 거라는 전망은 금리 상승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시장 금리가 뛰면, 고평가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 국채가 매우 고평가돼 있다”며 국채 값 하락(금리는 상승)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