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조선일보 애틀랜타 주필 |
세상에 이런 바보들이 어디 있을까?
지난 번 칼럼에서도 지적했지만 지금 민주당이 돌진하고 있는 ‘검수완박’ 관련법 국회통과 소동은 도저히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바보짓이다.
문 정권의 핵심세력들이 내밀히 흘리는 얘기들에 의하면 그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윤석열이 집권하자마자 문재인을 비롯한 수십 명이 감옥에 들어가리라는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지금의 검찰 조직은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이었던 만큼 당연히 문 정권 핵심 세력들에게 보복의 도끼를 휘두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하나만 알고 둘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 그들의 소원대로 ‘검수완박’이 이루어 져, 검찰이 모든 수사권을 박탈당했다고 치자. 그러면 그 순간부터 경찰이 수사권을 전면 독차지하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절대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그때 경찰이 누구 편에 서게 될 것 같은가? 원래 경찰은 내무부 장관 지휘 하에 속하고, 대통령에게 절대 복종하는 하부 조직이다. 그런데 이 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고 문 정권 사람들을 구해 줄 것 같은가?
차라리 예전처럼 검찰 수사권이 살아 있는 쪽이 오히려 약간의 희망이나마 가질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는가?
지금 세계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검찰은 대통령 휘하의 행정 조직이면서도 특수한 독립권과 신분 보장을 받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검찰이 집권세력에 대해서도 매서운 사정(司正)의 칼날을 세울 때가 흔히 있지 않은가? 그런데 민주당이 그 유일한 희망을 스스로 걷어차고, 상대방의 골수 세력인 경찰 쪽에 희망을 걸겠다니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냐는 것이다.
사실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 권한 유지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만약 한 나라의 수사 기관이 권력의 시녀(侍女)로 전락한다면 그 것 하나만 가지고도 그 나라는 이미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무고(無辜)하고 선량한 국민들이 권력자의 자의(恣意)에 따라 재산을 빼앗기고 감옥신세를 지게 된다면 그런 나라는 이미 폭력배가 지배하는 지옥 같은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민주당이 검찰의 수사지휘권 완전 박탈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자 여러 세계 기구(機構)에서 우려의 소리가 드높아 가고 있다.
세계 3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다음과 같은 경고를 울렸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통제권을 박탈한다면 OECD가 한국 정부에 엄중히 경고하는 권고안을 발표할 수 있다.”
OECD내부 기구인 뇌물방지 워킹그룹의 드러고 코스 의장은 “전 세계에서 경찰이 중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할 권한을 모두 가진 국가를 본 적이 없다. 검찰이 경찰의 범죄 수사를 지휘하고 통제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다룰 것이다. OECD가 한국 정부에 엄중히 경고하는 권고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래 범죄를 다루는데 있어 수사는 전적으로 경찰에, 기소(起訴) 절차는 전적으로 검사에 한정한다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수사와 기소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어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 여지가 없다. 정밀하고 광범위한 법률 지식을 구비한 검사만이 범죄 수사를 지휘하고 재판정에서 일관된 기소를 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법원 측에서도 절실히 기대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사회악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필수적인 여건이다.
그런데 이 숭고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검사들을 경찰과 법원 사이에서 서류 작성이나 하는 서기(書記) 신세로 전락(轉落)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근간(根幹)을 뿌리 째 뽑아내는 것과 다름없는 파괴행위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민주당의 꼼수로 볼 때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문 대통령의 임기만료전 법률 공포까지 끝마칠 가능성이 매우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원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 국민의힘으로서는 거의 속수무책(束手無策)의 상태인 것 같다.
윤석열 당선인은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검수완박’법의 시행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으나 헌법재판소나 선관위 측에서는 ‘헌법 불합치’결정을 함으로써 수포(水泡)로 돌아갔다.
헌법 규정에도 국민투표는“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관해서만 실시할 수 있는데 ‘검찰 수사권’문제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문시된다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밖에 국민의힘과 대검찰청은 만약 ‘검수완박’법이 공포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무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지만 그 결과는 아직 미지수(未知數)이다.
결국 이것도 저 것도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경우에는 모든 것을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2024년 4월10일 까지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어차피 윤석열 당선인으로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소수당이라는 너무나 크고 무거운 덫을 벗어나기 전에는 고난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취임 날은 다가오는데 국무총리 임명도 못하고 있겠는가? 지금 민주당은 아량(雅量)도 관행도 다 내 던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 부 장관들도 국무총리의 제청이 있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부가 대 혼란을 겪게 된다.
윤석열 당선인으로서도 비장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대체 민주당은 어떻게 해서 172석이라는 다수 의석을 확보하게 되었는가?
지난 2020년 4월15일 총선거에서 압승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큰 숙제가 남아 있다. 당시 많은 지역구에서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 사이에 후보들의 득표율 차이가 너무 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 투표에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널리 퍼졌다. 선거 소송이 많이 제기 되었으나 검찰 측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가 이 부정선거 시비(是非)는 아예 흐지부지 사라지려 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선거 범죄에 관해서는 시효가 없다.
윤 당선인은 2년전의 부정 선거 의혹을 단호하게 파 헤쳐야 한다. 그리고 2년 후에는 원내 다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정당한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꽃이 활짝 피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