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어
식당들이 폭등하는 식재료값에 음식값을 올리는 대신 음식의 양과 크기를 줄이면서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줄어든 음식량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슈링크(shrink·줄이다)와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지칭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정부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외식 비용이 지난 1년간 7.2%했다며, 그럼에도 계속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식재룟값 상승)과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식당들이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음식 재료를 덜 쓰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치킨랩과 샌드위치에 넣는 고기류 양을 ▲피자 브랜드 ‘도미노피자’는 ‘뼈 없는 치킨 윙’을 10개에서 8개로 ▲’버거킹’은 치킨 너겟의 개수를 ▲멕시칸 그릴 브랜드 ‘살사리타’는 살사 소스 양을 줄였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식당 소유주인 캐럴린 제라르디는 “인플레 때문에 샐러드 양을 줄이는 대신 가격은 종전대로 6.95달러(약 8900원)를 받는다며 “가격은 그대로지만 실제 가치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식당들이 음식의 양을 줄이는 이유는, 손님들이 감자튀김의 개수나 샌드위치 속이 줄어드는 것은 그럭저럭 넘어가도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못참기 때문이다.
보스턴대 마케팅학과 나일랴 오르다바에바 교수는 이런 전략이 통하는 것은 사람의 뇌가 어떤 변화들을 인식하는 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물건 크기가 변하는 것은 둔감하게 생각하지만, 가격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회사로서도 제품값 대신 제품 크기를 바꾸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또 다른 슈링크플레이션 전략도 소개했다. 먼저 종전 제품을 없애고 크기가 작은 새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지난 2월 비 유제품 치즈를 생산하는 ‘다이야’는 8온스(227g)짜리 비건 가루치즈 제품을 없애고, 대신 7.1온스(약 201g)짜리 신제품을 내놨고, ‘게토레이’도 최근 32온스(약 807g)짜리 대신 28온스(약 793g)짜리 병 제품을 출시했다. 소비자 시민단체에 따르면 화장지 역시 시트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비용절감을 위해 보다 저렴한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기존에 버려지던 부위를 활용한 음식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병훈 기자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 있는 메뉴표/ AFP=연합뉴스